보은 회인 김풍자 할머니, 용기 있는 도전

77세 할머니가 못 배운 한을 풀기 위해 늦깎이 초등학생이 돼 눈길을 끈다.

주인공은 보은군 회인면 오동리에 사는 김풍자(77) 할머니다. 김 할머니는 지난 11일 회인초등학교에 등교했다.

김 할머니는 본래 1950년 초등학교에 입학해야 했지만, 6·25 한국전쟁으로 시기를 놓쳤다.

그 후로도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학교에 입학하지 못했고, 17살에 결혼한 후에는 2남 3녀의 자녀를 낳아 키우느라 학교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었다.

그러던 차에 올해 1월 60년을 함께 산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배움에 대한 한을 풀 기회가 찾아 왔다.

자녀들이 혼자 남아 시름에 잠겨 있는 김 할머니에게 ‘무엇이 하고 싶으냐’고 물었고, 그녀는 ‘공부를 못한 게 한이다. 지금이라도 학교에 가고 싶다’라고 했다.

김 할머니의 간절한 마음을 알아차린 큰아들 이주찬 씨는 곧바로 학교를 찾아 입학을 요청했다.

학교는 입학절차 등을 안내한 뒤 교내 내부 회의를 거쳐 11일 아동 조회 시간에 입학허가서를 줬다.

김 할머니는 이렇게 70년이 지나서야 만학의 꿈을 품고 늦깎이 초등학생이 됐다.

김 할머니의 용기 있는 도전으로 2남 3녀의 자녀와는 초등학교 동문이 됐다. 69살 차이 나는 2012년생 동기 5명도 생겼다.

회인초등학교 최영순 교장은 “김풍자 신입생이 지금의 연세에도 배움의 길을 선택한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입학을 진심으로 환영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가 지금 배우고 있는 이 시간을 때로는 지루하고 짜증 나겠지만, 누구에게는 정말로 하고 싶은 귀한 시간이란 것을 알고 기쁘게, 즐겁게 학습에 임해 달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했다.

김상원 보은군 회인면장은 “배움의 열정을 몸소 실천한 김풍자 할머니터럼 더 많은 어르신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배움의 기회를 얻길 바란다”라며 “김 할머니가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응원하겠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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