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특수' 기대한 충북 농민들 태풍 피해·가격 하락에 '시름'

올해 '추석 특수'를 기대했던 충북 과수 재배 농민들이 가격 하락에 태풍 피해가 겹치면서 겹시름에 잠겼다.

10일 충북도에 따르면 13호 태풍 링링의 여파로 도내 시·군 11곳 293.2㏊의 농작물 피해가 났다. 괴산이 87.7㏊로 피해가 가장 컸다. 영동 54.8㏊, 보은 46.1㏊, 제천 35.2㏊, 증평 12.4㏊ 등이 뒤를 이었다.

진천군 덕산읍 구산리의 1만9800㎡(6000평)에서 홍로, 후지 품종을 재배해온 고모(64) 씨는 태풍 영향으로 낙과 피해를 봤다. 수확을 앞둔 사과 30%가 떨어져 상품 가치를 잃었다.

고 씨는 "태풍에 대비해 과수나무를 파이프로 지지하고 가지를 끈으로 단단히 묶었는데 강풍 피해를 막지 못했다"며 "올해 추석 15㎏ 기준 2500상자를 출하할 계획이었는데 낙과 피해를 입어 절반도 출하하지 못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 피해를 본 과수농가는 추석 명절을 앞두고 과일류 가격 하락에 속앓이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 유통정보 자료를 보면 9일 기준 사과(홍로) 10㎏ 도매가격은 4만4800원으로 지난해 4만9750원보다 10%(4950원) 떨어졌다.

배(원황) 15㎏ 가격은 2만8600원으로 지난해 4만8150원에 견줘 41%(1만9550원) 폭락했다. 포도(캠벨얼리) 5㎏ 가격은 1만9000원으로 작년 2만800원보다 9%(1800원) 내렸다.

괴산군 장연면 사과재배농가 이모(58)씨는 "올해 사과는 풍년으로 추석을 앞두고 대량 출하돼 예년에 비해 가격이 많이 내려갔다"며 "가을장마와 태풍 영향으로 상품가치가 떨어져 가격은 더 하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병해충 피해를 본 영동군 배 재배농가는 추석을 앞두고 시름에 잠겨 있다

영동군 조심리의 1만3200㎡(4000평)에서 배를 재배해온 김 모(57) 씨도 낙과 피해를 봤다. 인근 배 작목반 30여 곳은 태풍 영향으로 과수원 30~40%가 피해를 봤다.

김 씨는 "올해 복숭아 순나방 등 해충 피해로 배 상품성이 떨어지고 가을장마에 태풍 피해가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추석을 앞두고 배 출하물량이 많아져 가격은 더 내려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충북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이번 태풍은 강우량이 많지 않아 침수 피해는 적었지만 강풍에 의한 낙과 피해가 많았다"며 "병해충 등 작물에 2차 피해가 나타날 수 있어 방제와 피해 예방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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