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도·도의회 청주공항 소음피해 보상·지원 조례 제정 소극적

청주국제공항 인근 주민이 요구한 소음피해 보상·지원 등이 담긴 조례 제정이 충북도와 도의회의 떠넘기기로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도의회는 조례를 만들려던 입장을 바꿔 주민의 청원을 채택해 집행부에 넘겼으나 도는 상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제정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국회가 조국 사태로 공전하며 관련 법안 통과 여부가 불투명해지는 가운데 양 기관이 조례 제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충북도의회에 따르면 청주공항 인근 주민 284명이 항공기 소음피해를 본 주민을 지원해 달라는 청원이 도의회를 통과했다.

청원은 청주공항 인근 지역의 소음 정도를 정기 조사하고, 주민을 지원할 수 있는 내용 등이 담긴 조례를 제정해 달라는 내용이다.

도의회는 이런 내용의 청원을 지난 8월 열린 375회 임시회에서 채택해 지난달 2일 충북도에 전달했다.

하지만 도는 당장 조례를 제정하지 않기로 했다. 상위법인 '군용비행장·군 사격장 소음방지 및 피해 보상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통과됐다는 이유에서다.

이 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 소음피해 보상·지원 등의 내용이 모두 담긴다는 것이다.

도는 상위법이 시행된 후 세부적인 사항 등이 필요하면 그때 조례 제정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군 공항을 보유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달 말 법률 제정을 촉구하는 공동 건의서를 국방부와 환경부, 국회 등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했다.

청주시가 지난해 10월 초 청주시의회 의원 발의로 '청주시 군사기지 소음피해 주민 지원 조례'를 제정한 것과 대조적이다.

시는 상위법 국회 통과 여부와 관계없이 조례에 근거해 자체 예산을 확보, 소음도를 측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 지역 주민은 소음으로 정신적·물리적 고통을 받아왔다.

그러나 청주공항이 군사시설로 적용받는 민·군 복합공항인 탓에 '공항소음 방지 및 소음대책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의 지원을 받지 못했다. 다른 일반 공항보다 소음피해가 크지만 지원 대책은 없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충북도는 상위법이 없다는 이유로, 도의회는 의원 발의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청원을 채택하는 식으로 조례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청주국제공항 소음피해 주민협의회 관계자는 "소음피해 관련 청원은 지난 2월 말 충북도에 냈는데 지금까지 도와 도의회가 서로 떠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도의회가 의원 발의를 한다고 해서 믿고 있었는데 최근에 청원만 의결해 도로 넘겼다"며 "청주공항 인근은 소음피해가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은 데도 양 기관은 주민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관계자는 "상위법이 없어 조례 제정에 어려움이 있다는 부분은 인정하지만, 선제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주민의 피해 보상을 위해 조례 제정이나 피해 조사 등 미리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군용비행장·군 사격장에서 발생하는 소음 피해 보상 등과 관련한 법안은 국회에 상정된 지 15년 만에 국방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법안은 군용비행장·군 사격장 인근의 소음대책지역 지정·보상금 지급, 5년마다 소음 방지·피해 보상을 위한 기본계획 수립, 자동소음 측정망 설치, 군용항공기의 야간비행·사격 제한 등이 담겼다.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청주공항 등 민·군 복합공항 인근 주민도 보상과 지원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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