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근 식

초원에 버려졌어요

독사들이 우글거려요

허기를 노리는 날카로운 눈빛들

소름끼쳐요

키 큰 나무에 올라가 독사라도 피해 볼까요

넓은 잎사귀에 숨어들면 밤이슬이라도 피할 수 있을까요

눈 감아도 저 숱한 별 지워지지 않아요

땅을 흔드는 발자국 소리 마음 놓고 울 수도 없어요

외치고 발버둥쳐도 꼼짝할 수 없어요

그들의 풀밭에서 도망칠 수 없어요

북극성 따라 집을 찾아갈 수도

가지 꺾어 보금자리 만들 수도 없어요

모두 떠돌고 있어요

떠돌며 죽어가고 있어요

조금씩 조금씩 썩어가고 있어요

우글거리며 등걸 허물고 간 시간이

몸속을 우글대고 있어요

살을 파먹고 있어요 아파요

스멀스멀 몸을 기어다니는 벌레 좀 떼어 주세요

작은 잎사귀라도 덮어주세요

마른 풀잎 사이 하늘이 너무 넓어요

약 력

△2004 포엠토피아 등단

△시집 :‘눈썹 끝의 별’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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