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고의나 불법영득의사 단정할 수 없어"절차 위반은 유죄…징역형에서 벌금 1500만원으로 감형

유통센터 부지 매입과정에서 조합에 손해를 끼친 김학수 제천농협 조합장이 항소심에서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윤성묵)는 업무상 배임,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조합장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조합장은 2016~2917년 38억원 상당의 제천농협 유통센터 신축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고 계약금 3억8800여만원을 매도인에게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농협협동조합법상 조합이 2억원 이상의 업무용 부동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할 땐 반드시 이사회 결의를 거쳐야 한다.

김 조합장이 계약한 부지는 이사회 추인을 받지 못해 계약 해지됐고, 계약금 전액이 매도인에게 귀속됐다.

지난 3월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이 독단적으로 의사를 결정하고 업무를 집행해 조합에 막대한 손해를 끼쳤다"며 업무상배임과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를 모두 유죄로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이사회 결의를 거치지 않은 절차상 책임을 물어 농업협동조합법 위반 혐의는 유죄로 인정하되, 고의와 불법영득의사 부재를 이유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무죄로 봤다.

2심 재판부는 "계약 부지에 관한 매매계약은 조합 이사회 결의를 사전에 거치지 않은 절차상의 흠결은 있을지언정 그 소유자들의 매도 의사와 조합의 매수의사가 상호 합치돼 진정하게 체결된 계약으로 봐야 한다"며 "계약금이 몰취되는 손해 발생에 대한 고의가 있었다거나 계약금이 몰취되도록 함으로써 매도인들의 이익을 꾀하려는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업무상배임 혐의는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업무상배임죄의 고의나 불법영득의사, 재산상 이익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원심 판결에 위법이 있다"고 밝혔다.

이 판결이 그대로 확정되면 김 조합장은 직위를 유지한다. 조합장은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외 다른 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확정받아야 직을 잃는다.

김 조합장은 제천농협 6~8대, 14~15대 조합장을 지낸 뒤 3월13일 치러진 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재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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