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룡 명예교수 "황새 방사지 5곳 객관적 적합판단 기준?"문화재청 설명 자료 "황새 방문 6만 지점 GIS 모델링 분석"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장을 지낸 박시룡 교원대 명예교수가 9일 천연기념물 199호 황새 방사와 관련해 문화재청에 공개 질의를 했다.

박 교수는 이날 문화재청장과 천연기념물과장을 상대로 한 황새 방사 5곳에 대한 공개 질의서에서 "황새 서식지(번식지) 적합지역의 객관적 판단 기준을 밝혀 달라"며 "5곳이 황새가 자주 방문한 곳이란 정확한 자료를 계절별로 밝혀 공개해 주길 바란다"라고 요청했다.

이어 "기준을 마련했다면 전문가들의 타당도 검증 절차를 밟았는지 밝혀 주고, 교원대 산하 황새생태연구원(황생연)엔 현재 교수급 황새 전문가가 한 사람도 없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기준을 검증한 사람이 누군지 밝혀 달라"라고 했다.

박 교수는 "2009년 문화재청의 황새마을 조성 공모사업 심사위원으로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의 종 방사 지침에 따라 과거 번식이었던 충남 예산군을 황새마을로 선정했다"며 "이번에 청주, 서산, 해남, 고창, 김해 5곳이 지침과 무관한 곳임에도 선정된 경위가 궁금하다"라고 질문했다.

그는 "황새 복원을 진행하는 예산군은 아직 3쌍을 사람 손으로 먹이 공급해 번식하고 있다"며 "최소 5~6쌍 황새를 위한 서식지 복원을 더 해야 함에도 서둘러 전국에 황새 방사지역을 선정해 발표한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했다.

박 교수는 "예산군 황새 번식지에 황새가 10쌍 정도 마음 놓고 먹이를 먹을 수 있을 시기가 되면 자연적으로 황새들은 스스로 영역을 넓혀 가는 습성이 있다"며 "인간이 강요한 복원은 모두 실패로 끝날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문화재청의 답변을 보고 변호사와 상의해 행정심판 청구도 검토하기로 했다.

문화재청은 박 교수의 황새 방사계획 철회 요구를 다룬 언론 보도와 관련한 지난 6일 설명 자료에서 "방사지로 발표한 5곳 지역은 2015년부터 자연으로 돌려보낸 황새 50여 마리가 직접 방문한 서식지점 6만 지점을 GIS(지리정보체계) 모델링 기법으로 분석해 황새가 서식하기에 적합한 지역으로 선발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문헌자료로 예측도를 만든 게 아니라 60여 마리 황새에 부착된 발신기로부터 받은 정보를 분석해 만든 자료여서 더욱더 과학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정보"라고 박 교수의 주장을 일축했다.

문화재청은 고창·해남·서산 지역은 지난해와 올해 가을과 겨울에 10~20마리의 황새가 서식한 핵심지역임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공개 질의에서 "황새 번식지가 되려면 겨울철은 배제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야생에 방사한 황새는 50마리, 야생에서 자연 증식한 황새는 30마리로 파악했다.

이 가운데 폐사했거나 구조한 황새는 15마리(18.7%)여서 최대 65마리가 야생에서 서식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문화재청은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모에서 5곳을 황새 방사지로 선정했다고 지난달 29일 발표했다.

국내에서는 1971년 충북 음성에서 밀렵꾼의 총에 수컷 황새가 맞아 목숨을 잃었고 홀로 남은 암컷도 1994년 농약 중독으로 죽어 국내에서는 멸종했다가 1996년 교원대 박시룡 교수팀이 러시아에서 황새 2마리를 들여와 인공번식에 성공했다.

2014년 4월28일에는 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한 암컷 황새 '미호'(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 부여 개체 고유번호 B49)가 같은 해 11월6일 경남 하동 농경지에서, 2015년 2월에는 청주 미호천과 서산 천수만 농경지에서 모습을 보였다.

이어 3월22일 충북 진천군 문백면 백곡천에서 조류 사진작가 임영섭씨가 '미호'와 러시아에서 날아온 수컷 황새를 카메라에 담으면서 화제를 모았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인 '미호'는 6월 말부터 관찰되지 않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광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