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이모씨 청주서 체포…당시 미제사건 아리송이씨 추가 범행 자백 후 살인미제사건 검토도 안 해"경기남부청이 수사 주체…공소시효 지나 수사 제외"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유력한 용의자인 이모(56)씨의 추가 범행이 드러났다. 화성연쇄살인 9건을 제외하고, 5건의 추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게 이씨의 자백이다.

2일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전날 부산교도소에서 진행된 대면조사에서 이 같은 추가 범행을 털어놓았다. 그 중 3건은 화성·수원 일대에서, 2건은 충북 청주에서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1994년 청주에서 처제(19)를 살해하고 검거된 이씨가 이 사건 직전에 청주에서 2명을 더 살해한 것이 된다. 이씨를 최종 검거한 충북경찰이 앞선 2건의 살해범을 눈앞에 두고도 놓친 셈이다.

그러나 충북 경찰은 이씨의 자백이 나온 뒤에도 이씨가 청주에서 거주한 1993년 4월부터 1994년 1월까지 발생한 살인미제사건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범위를 넓혀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첫 범행 시기인 1986년 9월부터 마지막 범행일인 1994년 1월 사이에 일어난 살인미제사건도 알지 못하는 상태다.

이 사건의 수사 주체가 경기남부경찰청이고, 충북지방경찰청 미제사건수사팀은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된 2000년 8월 이후 미제사건만 관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서간 떠넘기기 행태도 심각하다. 청주에서 총 3명을 살해했다는 자백이 나왔음에도 이를 확인하는 부서조차 없다.

당시 처제 살인사건으로 이씨를 체포한 청주서부경찰서(현 흥덕경찰서)는 물론, 청주동부경찰서(현 청원경찰서)의 어느 부서에서도 당시 살인미제사건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도내 경찰서를 총괄하는 충북지방경찰청도 마찬가지다.

경기 경찰이 지난 9월23일과 24일 이틀에 걸쳐 청주 2개 경찰서에 대한 이씨의 수사기록과 당시 살인미제사건 기록을 열람하고 갔음에도 충북 경찰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는 모습이다.

충북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경기남부경찰청에서 진행하고 있어 우리는 아무 내용도 알지 못한다"며 "1990년을 전후한 미제사건은 공소권이 없어 사실상 수사를 종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 관계자는 "오래된 미제사건기록을 보유하고는 있으나 공소시효가 만료된 사건은 수사 실익이 없어 사실상 관리하지 않는다"며 "더 이상 이 사건과 관련된 내용을 물어보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이씨는 지난 1일 경기남부경찰청 측에 군 전역 직후인 1986년부터 1994년까지 살인 14건, 강간·강간미수 30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했다.

그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처제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체포돼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씨는 당시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자신의 집에서 처제를 성폭행한 뒤 둔기로 머리를 4차례 내리쳐 살해했다.

이후 화성 연쇄살인사건과 유사한 수법인 스타킹과 끈, 속옷 등으로 숨진 처제의 몸통을 묶어 집에서 880m 떨어진 곳에 사체를 유기한 혐의로 청주 경찰에 체포됐다.

당시 이씨를 수사한 청주 경찰은 증거확보를 위해 이씨와 함께 화성 본가를 방문했으나, 화성 연쇄살인사건과의 연관성은 찾지 못했다.

경기도 화성 출신의 이씨는 1991년 7월 결혼한 뒤 1993년 4월 청주로 거처를 옮겼다. 그는 이사 전에도 아내의 고향인 청주를 자주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추가 범행 2건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기간이다.

당시 청주에서는 1992년 4월23일 청주시 강내면 학천교 경부고속도로 공사장에서 20대 여성이 살해된 채 발견됐다. 40㎝ 깊이의 땅 속에 묻인 시신은 양손에 스타킹이 묶여 있었다. 이 사건은 결국 범인을 검거하지 못한 채 미제로 남았다.

같은 해 4월18일 청주시 봉명동과 6월24일 복대동에서 30대 술집 여종업원과 20대 가정주부가 잇따라 피살된 사건이 있었다. 이 두 사건에 대한 수사 종결 여부는 현재 경찰이 확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남부경찰청은 이날 사건 브리핑을 통해 "이씨가 자백한 추가 범행에 대해서는 사실 확인 중이어서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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