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친부에 수면유도제 먹인 뒤 잠든 틈 타 살해 정황국과수 범죄 악용 약물에 포함되지 않아 수사 장기화고씨, 범행 전 PC로 '질식사 검색'…경찰, 범인 잠정 결론

전 남편을 살해하기 3달여 전 자신의 의붓아들(4)까지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고유정(36·구속기소)의 현 남편의 몸에서 당초 알려진 약물과 다른 성분의 수면유도제가 검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고씨의 현 남편이자 의붓아들의 친부인 A(37)씨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약물 감정 2차 분석에서 모 제약사가 제조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변호인 측은 고씨가 지난해 11월 처방받은 알프람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알프람은 1~2차 성분 분석에서 모두 나오지 않았다.

알프람은 알프라졸람 성분의 알약으로서 불안·긴장·우울·수면장애 등의 치료제로 쓰인다. 졸피뎀 등과 함께 범죄에 악용되는 약물로도 분류돼 국과수 약물감정 목록에도 포함돼 있다.

A씨는 지난 6월 경찰과 검찰에서 각각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 감정을 의뢰했으나 알프람은 검출되지 않았다. 이 때까지 경찰이 고씨를 유력 용의자로 보지 않았던 이유다.

경찰은 지난해 11월 고씨가 알프람과 함께 수면유도제를 함께 처방받은 정황을 포착, 7월 중순 국과수에 2차 성분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A씨의 체모에서 해당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됐다.

이 수면유도제는 범죄에 악용되는 수십가지 약물 목록에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전 남편을 살해하는 데 사용한 졸피뎀이나 그와 유사한 성분이 나오지 않아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며 "국과수 추가 분석에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나와 고씨로 수사망을 좁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씨는 의붓아들 B군이 숨지기 전날 A씨와 B군에게 전 남편과 같이 카레를 저녁으로 먹였다. 경찰은 고씨가 전 남편 살해 수법과 유사하게 카레나 음료수 등에 수면유도제를 넣은 뒤 A씨가 잠든 틈을 타 B군을 불상의 방법으로 눌러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고씨는 지난해 11월 A씨와의 사이에서 첫 번째 유산을 한 뒤 불면증을 이유로 청주의 한 약국에서 알프람과 수면유도제를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씨는 지난 2월 두 번째 유산을 했다.

고씨는 B군이 숨지기 8일 전 자택 PC로 '질식사'를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은 A씨에게서 수면유도제 성분이 검출된 점과 질식사 관련 뉴스를 검색해 본 점, B군이 숨진 시각 휴대전화를 사용했던 점 등을 토대로 고씨를 살인 혐의 피의자로 잠정 결론냈다.

경찰 관계자는 "현재 검찰과 수사자료에 대한 협의를 하고 있다"며 "이르면 다음 주 중 고씨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A씨의 아들 B군은 지난 3월2일 오전 10시께 충북 청주시 상당구 자택 작은방 침대에서 A씨와 함께 잠을 자던 중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방에 있던 고씨는 A씨의 요청을 받고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 도착 당시 B군은 이미 호흡과 맥박이 없던 상태였다.

제주의 친할머니 집에서 지내던 B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왔다가 변을 당했다. 2017년 11월 재혼한 고씨 부부는 사고 직전 B군을 고씨의 친아들(6)과 함께 청주에서 키우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B군은 A씨가 전처 사이에서 낳았다.

국과수는 부검을 통해 B군의 숨진 시각을 오전 5시 전후로 추정했다. 사인은 '10분 이상 전신의 강한 압박에 의한 질식사'로 판단했다. B군이 잠을 잤던 침대에서는 B군의 혈흔이 발견됐다.

다만, B군이 제주에서부터 복용한 감기약를 제외한 다른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고씨는 제주에서 진행된 B군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은 채 B군의 혈흔의 묻은 이불 등을 모두 버렸다. 이후 5월25일 제주로 내려가 전 남편 강모(36)씨를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뒤 6월1일 청주의 자택에서 긴급체포됐다.

고씨는 사체손괴·은닉 혐의로 구속기소돼 제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저작권자 © 중부광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