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화재 다른 대처…평가 엇갈린 충주·제천 대형화재

충북 충주 중원산업단지 접착제 공장 폭발사고와 2년 전 제천스포츠센터 화재 참사 당시 소방당국의 대응이 큰 대조를 보여 눈길을 끈다.

4일 충주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자정께 중원산단 폭발사고 때 현장에 출동했던 백승길(51) 구조대장은 불길을 뚫고 12개의 옥외 탱크 밸브를 잠가 더 큰 피해를 예방했다.

제조공장 건물 안에 있던 옥내 탱크가 폭발하면서 번진 불길이 주변 옥외 탱크 등으로 확산하는 위험 상황이었으나 백 대장은 낮은 포복으로 옥외 탱크에 접근해 손잡이가 녹아 없어진 밸브를 스패너로 모두 잠갔다.

위험을 무릅쓴 그의 잠금 작전이 없었다면 총 30만ℓ의 인화물질이 연쇄 폭발할 수도 있었다. 인화물질의 양으로 추산하면 최소한 반경 800m까지 심각한 피해를 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소방서는 밝혔다.

이정수 충주소방서장은 "평소 교육 훈련으로 현장 대응 능력을 키운 덕분에 더 큰 피해를 예방할 수 있었다"면서 "충주소방은 시민 안전을 위한 노력과 훈련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화재 현장 옥외 탱크 폭발 위험은 2017년 12월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도 있었다.
스포츠센터 건물과 인접한 외부에 2t 용량의 LPG탱크가 있었는데, 당시 출동했던 소방대는 폭발을 막는다는 이유로 LPG탱크에만 물을 뿌리다 건물 내 인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논란이 일었다.

당시 소방당국은 LPG 탱크가 폭발하면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불길이 탱크로 옮겨붙는 것을 막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으나 정작 건물과 연결된 가스 배관 밸브는 민간인이 잠갔다.

소방관들이 LPG탱크 밸브 차단을 간과한 채 허둥지둥할 때 제천시 소속 공무원의 연락을 받고 현장에 온 윤주천 제천LP가스판매협회장이 온몸에 물을 뿌리고 현장에 들어가 발화 40여분 만에 가스 배관을 차단했다.

외부 화재 진압에만 몰두하던 사이 스포츠센터 건물 안에 있던 29명이 목숨을 잃는 등 이날 스포츠센터 화재는 대형 참사로 비화했다. 유족들은 2년이 다 된 지금까지 당시 소방 지휘부의 형사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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