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일동 "깊은 유감"…진심어린 사과·재발방지 조치 약속해야

지난 2017년 12월 21일 29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제천시 하소동 스포츠센터 화재 참사와 관련해 충북도가 국가 차원의 유가족 지원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그동안 유가족 측과 위로금 지급 문제를 협의해왔으나 조례 제정을 통한 재원 마련 등이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권석규 충북도 재난안전실장은 8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가족들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도록 국회와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줄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충북도는 유가족과 협의를 계속해왔고 최근에도 유가족을 만난 이후 많이 고민했다"며 "하지만 일련의 상황 변화로 미뤄볼 때 이제는 도가 독자적으로 위로금 지급 등과 관련한 조례를 제정·시행하기에 이미 한계점을 넘은 상황이라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또 "제천 화재 참사 책임소재를 두고 사법적 판단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충북도의 조례 제정보다는 특별법 제정 등 국가 차원에서 지원 대책을 강구할 때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도는 제천 화재 참사가 발생한 이후 희생자 유가족에 대한 위로금 지급을 놓고 협의해왔다. 60억원의 특별교부세를 지원받아 총 75억원을 나눠 지급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하지만 행정안전부가 지난달 25일 위로금 지급을 위한 특교세 지원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국회에 통보하면서 도의 위로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권 실장은 이날 화재 참사에 관한 도의 법적 책임이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소방현장 지휘관에 대해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했고, (유가족 측이 제기한)재정신청도 법원이 기각했다"고 말했다.

또 법원이 재정신청을 기각한 이후 이시종 지사가 유가족 측에 '갑을관계가 바뀌었다'고 말해 유가족의 분노를 샀던 것에 대해 사과했다.

권 실장은 "이 지사의 발언은 재정신청 기각 결정 이후 종전과 많이 달라진 도청 내외의 분위기를 전하면서 유가족 측이 충북도 합의안을 조속히 받아들이는 것이 유리하다는 취지였다"며 "유가족 측에 상처를 드렸다면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제천 화재 참사 유가족 일동은 충북도와 이시종 지사의 이 같은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했다.

유가족 일동은 이날 충북도 기자회견에 대한 입장문을 내 "도와 이 지사는 예산이 없어 배보상금을 지급할 수 없으니 정부와 국회에 구걸해 보라는 말처럼 들려 유가족들은 상당한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제천 참사에 대한 반성과 성찰, 희생자들과 유가족들에 대한 위로보다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무시하면서 자신들의 안위만 살피는 처사"라며 "세월호 참사와 마찬가지로 도의 책임을 밝히려면 소송을 제기하라고 유가족들을 압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배보상금을 더 지급해 줄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화재 참사에 대해 정부기관에 의해 규명된 도와 이 지사의 책임을 인정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고인과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함께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조치해 줄 것을 약속해 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저작권자 © 중부광역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