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 김선미가 북측 심승혁 휠체어 밀며'…장애인AG 감동의 공동입장

'우리는 하나(We are One).'

2018 인도네시아 장애인아시안게임이 6일 오후 9시(한국시간)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겔로라 붕 카르노(GBK) 주경기장에서 개막식을 열고 8일간의 열전에 들어갔다.

'우리는 하나'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날 개막식에서 남과 북도 하나가 됐다. 장애인체육 사상 최초로 종합국제대회에서 공동 입장하는 역사를 썼다.

남북 공동기수로 남측 휠체어펜싱 김선미(29·온에이블)와 북측 수영 심승혁(22)이 나섰다.

이날 '코리아'는 43개 참가국 중 14번째 순서로 입장했다. 남북 장애인체육을 대표하는 선남선녀가 함께 한반도기를 함께 들고 경기장에 들어섰다. '북측 동생' 심승혁의 휠체어를 '남측 누나' 김선미가 뚜벅뚜벅 밀고 들어왔다.

김선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미녀 검객으로 이번이 3번째 아시안게임이다. 2010년 광저우 대회에서 은메달, 2014년 인천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대한민국 여자 휠체어펜싱 최초로 2012년 런던패럴림픽에 출전한 에이스다.

북측 수영 간판 심승혁은 4년전 인천 대회에 첫 출전해 남자 평영 100m에서 3위를 차지, 장애인아시안게임 사상 첫 메달을 따낸 선수다.

남북이 하나 된 코리아가 입장하는 순간 VIP석의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 김성일 IPC집행위원, 안광일 주인도네시아 북한대사가 자리에서 일어나 선수단을 향해 힘차게 손을 흔들었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김문철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 위원장(북한장애자올림픽위원장 겸직)이 손을 맞잡았다.

전민식 단장이 이끄는 남측 선수단 154명과 정 현 단장이 이끄는 북측 선수단 20명이 손에 손을 맞잡고 들어서자 뜨거운 환호가 쏟아졌다. 장애인 국제종합대회 사상 첫 공동입장이었다.

17개 종목 307명(선수202명, 임원105명)이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은 금 33·은 43·동 49개, 종합순위 3위를 목표 삼고 있다.

인천 장애인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해 동메달 2개를 획득한 북한 선수단은 인도네시아 대회에 7명의 선수를 파견했다. 탁구의 박금진(23) 김영록(24), 수영의 심승혁(22) 정국성(21) 김영현(15), 육상의 고정의(27) 신혁(30) 등이다.

남북 단일팀은 남자탁구 단체전(장애등급 TT6-7), 남자수영 계영·혼계영 400m 34P에서 구성된다.

남북 선수단은 각각 선수촌에 입촌 후 현지 경기장에서 공식 합동훈련을 통해 손발을 맞췄다. 남북 단일팀의 경기결과는 KOREA(COR)로 집계된다. 남북 선수단은 지난달 3~6일 중국 베이징 소재 국가장애인체육훈련원에서 탁구, 수영 종목 총 16명의 선수단이 합동훈련을 가진 바 있다.

이번 대회에서는 장애인 아시안게임 최초로 시도한 코리아하우스도 남과 북이 함께한다. 자카르타 술탄호텔에 위치한 코리아하우스는 7일 공식 개관식을 갖고 남북 체육교류의 총체적 허브로 운영된다. 겨레의 밤 등 공동 행사 개최, 선수단에 대한 편의제공(휴식공간) 및 한식 지원, 남북 교류관으로 운영된다.

한편 이날 오후 남북 탁구선수들의 첫 경기를 응원하는 자리에서 만난 남북 장애인체육 수장은 첫 남북 공동입장과 단일팀의 의미를 강조했다.

이명호 대한장애인체육회장은 "남북의 장애인 선수들을 통해 우리가 통일로 가는 길에 앞장서고 국제무대에서 남북 장애인의 위력을 세계에 떨쳤으면 좋겠다"면서 "이번뿐 아니라 앞으로도 남북이 정보, 장비, 기술을 적극적으로 교류해 좋은 성과를 가져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문철 조선장애자보호련맹 중앙위원회 위원장(북한장애자올림픽위원장 겸직)은 "9월, 북과 남의 수뇌부가 평양에서 만나 지혜로운 합의를 이끌어냈다. 곧바로 북남 장애인체육이 국제무대에서 공동진출하게 됐다. 수뇌부가 만든 좋은 분위기를 생활적으로 보여주게 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남북분단 상황을 "조선반도는 원치않게 장애자가 됐다"고 에둘러 표현했다. "장애자가 된 나라를 장애자들이 앞장서서 하나로 만들어가는 좋은 계기, 세계에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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